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관으로서 그리고 법무 정보화 선도자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을 시작으로 36년간 1만200여 건 이상 판결문을 작성하며 주요 판결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4대강 사업 한강 수계분쟁' 항소심 사건, 녹십자 혈우병 치료제 에이즈 감염 손해배상 사건, 국가유공자 비해당 처분취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강 전 판사는 바쁜 와중에도 디지털 관련 연구에 집중해 그 성과를 재판 업무와 접목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 정보화 발전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개발 주역이었으며, 전자소송 및 전자법정 도입에도 기여했다. 사법정보화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차세대 정보화 시스템 기술 사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IT 판사'로 불리며 법원 디지털화를 이끈 그는 이제 AI 전도사로 사회 각 분야에 AI 활용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 . -대법원이 AI 도입을 예고하는 등 법조계에 AI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판사 3000명이 AI에 의존하면 천편일률적이고 프로토타입 수준의 판결문이 반복, 재생산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반론은 사건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창조적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 지연 없이 법무를 빨리 처리하고 이길 사람은 이기고 질 사람이 지는, 즉 공정하게 해주는 것을 바란다. 국민은 관성에 젖은 똑같은 판결이 나오는 것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결론이 틀리거나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AI 도우미가 생기면 3000명의 판사 각 1인에게 재판 연구원을 2~3명 붙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 지금 판사가 5000~6000명 필요하다는데, AI가 더해지면 4000명까지 늘려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판사들 일을 많이 한다. 일본은 합의부에 한 달에 배석당 1건의 판결문을 쓴다. 우리는 일주일에 3건, 최대 8건도 쓴다. 재판 지연이라는 불만도 있지만,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가 200~300% 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미국 판사가 이런 상황을 보고 '크레이지 시스템'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판결문 작성 도우미 AI 도입이 시급하다. 법원 내부용 판결문 작성 도우미 AI는 프라이빗 거대언어모델(LLM)이 적합하다. 내부용 AI를 도입하고 설치하는 데는 하드웨어적 서버 증설이 필요하다. 또 수천만 건의 판례를 LLM에 학습해야 해서, 어느 정도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언제까지 법원이 직접 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법원의 모든 판결문 데이터, 실무제요, 실무편람, 논문 등 법원 내부의 독점적 자료가 민간에 개방돼 민간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 경쟁에 의해 새로운 AI 시스템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관련 법규가 개정돼 법원에서 생성된 판결문 전문이 실시간 공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로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민간에 다 개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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